넷플릭스 영화는 본인이 선택한 후 그 비슷한 성향을 추천해줍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나 그들만의 알고리즘이 분명히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선택은 나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제 성향이 확실히 이걸 좋아한다고 선택해야 그 이후에 더 많은 영화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이거든요.넷플릭스 안에 방대한 영화가 있어서 잘 찾아야 숨은 명작을 볼 수 있어요. 나는 감동적인 드라마나 사랑스러운 로맨틱 코미디나 실험적인 독립영화 같은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오늘 찾은 명작은 ‘결혼 이야기’입니다.’결혼 이야기’는 한국에서 극장 개봉에 이어 바로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신 개봉작이 아니라 19년 12월에 개봉했으니 벌써 1년은 지난 영화네요.스칼렛 요한슨의 솔직한 연기로 호평을 받으며 함께 출연한 로라 던이 조연 연기상을 휩쓴 영화이기도 합니다.사실 남자 주연 아담 드라이버를 잘 몰랐는데 이 영화에서 정말 잘 어울리는 배역이라고 생각했어요.워낙 잘생긴 배우가 아니라서 오히려 현실감이 높았던 것 같아요. 노아 바움백 감독님 작품이라 기대하신 분들이 많았어요. 한국에서는 We are young 위 >아영>을 자주 보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나는 노아바움백의 현재 동거인이 그레타 거윅이라서 더 놀랐어요. 워낙 그레타 거윅의 연기와 각본을 좋아하는데, 잘 어울리는 연출가의 파트너라고 생각해서요.스토리 뉴욕에서 연극을 연출할 장래가 촉망되는 연출가 찰리와 LA 출신 배우인 그의 아내 니콜이 이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제목과 달리 이 이야기는 결혼에 이르는 과정이 아니라 이혼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실제 결혼이 어떤 삶의 연속이었는지를 지독하게 사실적으로 그린 이야기입니다.영화는 두 사람이 부부관계 개선을 위해 심리상담사를 만나 부부상담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고,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이 한 컷이 두 부부 사이를 잘 보이도록 합니다.같은 전철을 타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두 사람은 함께 앉거나 서로를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한때는 세상의 전부였고,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그와 살기 위해 대륙을 가로질러 다른 도시로 왔지만, 지금은 그 얼굴조차 보고 싶지 않은 이 감정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이혼을 결심하고 친정이 있는 LA로 돌아와 이혼 전문 변호사 노라를 만나 상담을 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니콜.. 그리고 그걸 공감해주는 노라.여성의 아픔을 여성이 알고 있는 상황이죠. 그리고 노라를 통해 이혼을 결심하고 새로운 삶의 의지를 다지게 되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니콜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영화에서 가장 감정이 북받치는 장면은 이혼 과정이 니콜과 찰리가 만나서 아이의 양육 때문에 싸울 때입니다.둘이 서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자격이 있다고 말하면서 서로를 공격합니다.서로가 서로를 아주 잘 알고 있으니 어느 말이 가장 상처가 되는 것을 알면서 그 말을 내뱉습니다.얼마나 더 바닥의 감정을 보일지 모를 정도로 서로를 할퀴다 말을 쓰고, 찰리가 니콜이 죽어 달라는 말을 하면서 순간 깨닫습니다.얼마나 자신이 상대를 훼손했는지를입니다.그리고 찰리가 무너지고 울어요.이를 끌어안고 달래 주는 것은 가장 상처 받은 니콜입니다.감독은 이 장면을 롱 테이크에서 하나의 신으로 찍었답니다.그리고 배우들에게 대사를 정확히 디렉션 없이 상황을 묘사하며 배우들이 스스로 대사를 교환 하기를 원했다고 한다.그렇게 탄생한 장면이지만, 부부 싸움에 나올 법한 치졸하고 옹졸한 대사를 하면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이 나옵니다.실제로 두 배우도 이 장면을 찍고 거의 탈진했대요.나도 결혼 생활이 16년째가 되면서 무슨 말이 상대의 상처가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그 이야기는 하지는 않지만 가끔 화가 났을 때는 마음 속으로는 생각하거든요.이 영화에서 그 말을 서로가 내뿜고 있었습니다.서로의 밑바닥을 알고 그 바닥을 순식간..그리고 부부구나라고 생각했다.그렇게 마무리 짓고 두 사람은 이혼을 하기로 해요. 이혼을 한다고 해서 아이가 있는 두 사람 사이가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할로윈을 같이 보내고, 아이를 넘기는 순간도 있습니다. 또 그런 과정에서 찰리가 니콜의 마음을 알게 되는 순간도 있어요.서로 헤어졌지만, 그래서 오히려 서로를 담담하게 인격체로 보게 되는 시기가 온 것입니다. 그것은 아무래도 자기 본위로 살았던 이기적인 찰리가 자신이 없을 때 본인의 모습 그대로 빛나는 니콜을 바라보며 다시 깨닫게 되고, 오히려 노력하는 순간이 찾아오면서 이렇게 결혼 이야기가 끝납니다.떠나가는 전남편의 풀린 운동화 끈이 눈에 보이는 여자.. 이 장면을 끝으로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갑니다.사실 제가 영화 스토리를 거의 다 스포했는데, 이 영화는 스토리를 알고 보셔도 장면 장면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갭이 있는 영화가 아니라 부부였던 두 사람이 남남이 됐지만 여전히 서로의 삶이 관계될 수밖에 없는 현실. 그게 바로 결혼 얘기라는 걸 굉장히 차분하고 담담하게 그렸거든요. 부부끼리 봐도 좋고 저는 따로 보고 같이 얘기를 하면 어떨까 싶어요.한줄평 : 결혼에서 이혼에 이르는 현실감정 교과서